2018 인디터 어워즈 세미나 발표

2018년 12월 15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1층에서 한국인디게임협회가 주최하고 인디터에서 주관하는 ‘2018 인디터 어워즈’가 개최됐다.

인디 개발자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시상식에 앞서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 세미나가 먼저 진행이 됐다. 세미나의 주제는 인디 개발자들이 겪게 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팁으로, 로컬라이제이션 분야와 수익 모델 분야에 대한 주제 강연이 이어졌다

로컬라이제이션은 게임 내 빌드까지도 체크할 필요가 있는 작업이다

밥게이트의 박용덕 차장은 ‘인디터 어워즈 2018’ 세미나에서 인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로컬라이징을 위해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언급했다. 그간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로컬라이징, 번역 = 단순 스크립트 번역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스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은 텍스트 바이 텍스트 번역, 즉 글을 단순히 다른 나라 글로 옮기는 것만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 말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은 그 이상을 포함하는 과정이다. 로컬라이제이션에는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물론이고 캐릭터의 성격, 세계관을 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히 녹여내서 담아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수반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업체에서는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단순히 ‘잘 번역하면, 의미만 통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잘 된 게임 번역은 텍스트 바이 텍스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지 언어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현지인의 습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고 아울러 게임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를 박용덕 차장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한 지역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서 갖춰야 할 자세이기 때문이다.

단순 번역, 로컬라이제이션을 넘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흔히 생각하는 ‘의미만 통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퀄리티가 없이 만들어낸 번역이 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박용덕 차장은 반대로 어설픈 한국어로 번역된 콘텐츠를 떠올려보라고 주문했다. 일례로 삼국지는 국내에 너무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들은 대강의 맥락만 알아듣도록 번역해도 대다수의 유저들은 어떤 내용인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유비가 유봉에게 말하는 장면을 ‘유봉님아 출전하시오’라고 번역하면 어떨까? 유저들은 실소를 넘어서 분개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번역은 흔히 말하는 ‘발번역’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박용덕 차장은 그런 문제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의 경우 개발사들이 코딩에서 텍스트를 만들 때, 캐릭터의 이름이나 지명, 아이템을 변수로 처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미만 전달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번역일 수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게임 속에서 유봉, 유비가 오브젝트 이름으로는 다른 변수로 지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번역사 입장에서는 어떤 대사가 어떤 캐릭터에게 붙는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개발사들은 번역, 로컬라이제이션을 맡길 때 스크립트 내 스트링, 변수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을 해줘야 한다. 또한 레퍼런스에 대한 정보도 최대한 공유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역이 많이 나는 경우, 특히 ‘발번역’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번역가의 실력 때문도 있지만, 파일 및 스크립트, 빌드의 흐름에 대해서 번역 업체들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도 있다. 어느 장면에서 이 대사가 활용될 것인지, 또 어떤 문장이 화면에 뜨게 될 것인지 모른 상태에서 번역하면 그 맥락에서 어긋나는 대사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변수로 입력된 캐릭터명이나 호칭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면, 앞에 존칭이 나오는데 뒤에는 반말이 나오는 이상한 케이스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스크립트 스트링과 변수 구조, 오브젝트, 씬의 흐름을 체크하지 못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번역 업체들은 빌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체크하고, 테스트하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QA는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에서도 필수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미처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박용덕 차장은 지적했다. 좋은 게임에는 QA가 필수인 만큼,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조금은 신경 쓰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았던 어색한 문장을 우리가 보았을 때 몰입도가 저해가 되었듯, 외국 사람들도 어색하게 번역된 문장을 보면서 몰입도가 저해되고 게임을 즐기려는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로컬라이제이션 과정 중 가장 최악의 경우는, ‘다키스트 던전’처럼 번역을 완전히 다시 맡기는 경우다. 유저들에게 이미 밈이 될 정도로 악명 높은,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 같은 수준으로 번역이 되면 그 퀄리티 체크를 일일이 다 하고 수정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차라리 처음부터 원문을 다시 번역하는 과정이 시간과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키스트 던전’처럼 심각한 오역일 경우, 처음부터 뜯어고치는 게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재번역의 경우 업체들이 급하게 맡기는 만큼, 처음 의뢰를 할 때보다 자연히 마감 시간이 촉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속적인 퀄리티 체크와 개선을 요구하는 만큼, 추가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충분한 정보와 충분한 시간을 주고, 로컬라이제이션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들에게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용덕 차장은 강조했다. QA에 드는 시간, 수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면 늘수록 결국 처음 생각한 것의 몇 배 이상 비용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의 또 다른 팁으로 박용덕 차장은 시장에 따라서 현지 언어 번역 우선 순위를 달리 두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도나 유럽 같은 경우에는 현지 언어가 아닌, 영어로만 언어 적용이 되어있어도 게임성이 좋거나 취향에 맞으면 유저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이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현지 언어를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시간을 들여서 늦게 적용해도 진출할 때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 대만, 아랍, 동남아권은 모국어로 번역된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자연히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서는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히 요구된다.

개발자들이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 업체에 흔히 하는 질문은 1) 번역 비용이 얼마인가 2) 번역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 3) 어떤 사람이 게임 번역을 잘 할 수 있느냐 이 세 가지 질문이다. 이 세 질문에 대해서 박용덕 차장은 원하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며, 번역할 양에 비례해서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스크립트 분량을 어느 정도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기간의 경우, 인력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단축될 수 있다. 즉 많은 인원이 분할해서 번역을 할수록 더 빨리 번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은 퀄리티를 필히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용어의 일치, 말투의 스타일 일치, 세계관의 일관성 등은 많은 인원이 붙어서 번역하면 할수록 이런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용덕 차장은 퀄리티를 생각해서 이런 방법으로 단기간에 뽑아내기 보다는 게임에 맞춘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 서비스를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을 맡길 때면 으레 이런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게임 번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현지 언어를 아는 것과, 게임을 잘 아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 번역은 단순히 문장을 번역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보았듯 스트링, 스크립트, 텍스트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씬과 씬의 연결, 변수가 어떤 캐릭터를 의미하는지 등 빌드 내적인 부분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진득하게 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게임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맥락을 진득하게 파악하면서, 스타일을 맞춰나가는 과정을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에 힘을 쓰기보다는 게임성이 좋으면 절로 해외에서도 찾지 않을까, 반문하기도 한다. 박용덕 차장은 이 질문에 대해서 국내에 들어오는 트리플 A급 타이틀에 대한 유저의 반응을 떠올려보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 유저들이 “한국어판 언제 발매되나요?”라고 하듯, 외국 유저들도 마찬가지로 그 나라 언어로 언제 발매되나요, 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서비스, 퀄리티를 바탕으로 즐기길 바라는 것은 만국 공통인 만큼 좀 더 신경을 쓰면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강연을 마쳤다.

해외 유저도 되도록 자신의 모국어로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
현지화 서비스에 신경쓰면, 그만큼 최종 사용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

원문보기: 인벤 > 인디게임뉴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212165&site=indie#csidxc9b8a84b1c2b9b49f3a0ea56877ccd1